#prologue.
평양냉면.
평양냉면의 특징은 면과 육수 그리고 겨울, 이세가지로 귀결된다. 툭툭 끊기는 면발은 면발의 풍미가 강하게 느껴지며 육수는 소위 밍밍하다고 표현될 정도로 맛이 심심하다. 간혹 점성이 약한 면발과 개성이 강한 육수로 인해 가짜 냉면이란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냉면 고수들은 이 두 가지를 일컬어 평양냉면의 생명이라 표현한다. -허영만 식객 中 평양냉면 편-
함흥냉면과의 결정적 차이로는 면의 재료를 들 수 있다. 평양냉면은 메밀가루가 주이며 함흥냉면은 감자전분이 주이다. 육수는 북한 김치의 특징과 관련이 있다. 겨울이 유난히 길고 추운 북한의 김치는 간이 약하고 최소한의 부재료를 사용하며 국물을 넉넉히 붓는데 이 김치가 맛이 밸 무렵 면을 뽑아 국물에 말아먹었다. 소고기, 돼지고기, 명태, 꿩고기 등 집집마다 국물에 사용하는 재료가 모두 달랐으므로 평양냉면의 육수를 한 가지로 정의하기 힘들다. 여기에 고기육수를 따로 준비하여 김칫국에 따로 첨가하는 방식이 있었으므로 수백, 수천 가지 냉면 육수가 존재했다고 볼 수 있다. -허영만의 식객 中 평양냉면 편 中-
다만 남한에서의 육수는 동치미에 소고기, 돼지고기등 다양한 육류로 만드는 육수를 첨가하는 방식이 보편화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평양냉면은 겨울음식이다. 김장김치가 익을 즈음 따뜻한 온돌 위에 삼삼오오 모여 부담 없이 즐겼던 계절별미로 특히 밤이 길었던 북한의 특성상 야식으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그러므로 평양냉면의 진수를 느끼고 싶다면 한겨울에 메밀함량이 높은 면을 동치미와 고기국물을 배합한 육수에 말아 맛보는 것이 제격이다. 한편 북한에서는 일반적으로 냉면을 뭉뚱그려 국수라고 칭하며 정월대보름에는 국수와 함께 귀밝이술과 이밝이엿을 함께 먹는 풍습이 이어져 오고 있다. -허영만의 식객 中 평양냉면 편-
#노원 냉면 맛집 첫 번째 제형면옥, 평양냉면.
여름이 온 것 같다.
냉면이 아주 자연스럽게 생각나고 번거롭고 수고스러움이 있음에도 누군가를 불러 함께 하고 싶은 음식이 생각난다면, 그중에 첫 번째를 곱으라면 주저 없이 "냉면"이다.
중국음식점에 가면 짜장이냐 짬뽕이냐를 고민하게 되지만 "냉면"은 그 패러다임이 다른 것 같다.
음식점 패러다임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여러 가지 냉면이 존재하지만 딱 두 가지로 정의한다면 "비빔냉면"과 "물냉면인데, 동의하시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이겠지만 "비빔냉면"의 대표는 '함흥냉면'이고, "물냉면'의 지존은 "평양냉면"이다라고 확언해도 무리는 전혀 없을 것 같다.
오늘은 "평양냉면", 필자가 살고 있는 노원구의 제일의 냉면 맛집 "제형면옥"이다.
흐릿한 기억으로는 거의 십여 년이 된 것 같다.
지금은 지방에 내려가 '펜션'을 운영하는 친구의 손에 이끌려 처음 간 곳이 이곳 '제형면옥', 듣기로는 대구의 본점에서 시작되었다는데 , 오늘 확인해 보니 서울 쪽에는 하계점 딱 하나이고 범어, 수성, 죽전, 상인 4개점 모두 대구에 속해있다.
나름 '평양냉면' 마니아 인 나, 장충동이나 을지로/ 강남/의정부 다 가봤지만 ,이곳을 콕찍어 가성비도 월등하고 "평양냉면'은 여기지!!! 하고 자신있게 소개하고 싶은곳이다.
원래 있던 자리에서 얼마 전 자리를 옮겼지만, 계절과 관계없이 짧지 않은 웨이팅을 보여준다. 처음자리에 걸려있던 문구들이 아직 기억나는데 , "심심하고 밍밍하다 "라는 평양냉면의 '본캐'가 그대로 살아있는 '캐릭터'확실한 냉면맛집이다.
# 냉면맛집 의 이유, 단순함과 중독성.
서문에 평양냉면의 유래와 내용을 비교적 길게 인용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남한(이런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에서의 냉면의 역사는 길지 않다.
다만 그 발전의 역사는 상상을 초월한다.
필자의 '사견'으로는 아니 경험이 농축한 주장으로는 '냉면맛집'의 이유를 한마다로 정의하자면, 단순함과 중독성이다. 이곳 '제형면옥'의 맛은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다.
디테일을 빌리자면 , 단순함 맛과 더 단순한 상차림, 변함없는 그 심심함과 밍밍함에서 오는 중독성인 것이다.
조리법, 혹은 대부분의 맛집이라 일컬어지는 음식점의 레시피가 점점 "양념법"으로 진화해 가고 , 공장형 맛집이 고착화돼 가고 있는 이 시기에 이 냉면 맛집의 존재는 사뭇 독보적이다.
진한 메밀향과 툭하고 내미는 둔탁한 식감이나 입안을 가득 채우는 비할 바 없는 식감이 더할 나위 없는 포만감과 행복함을 준다, 더불어 함께하는 더 밍밍하고 심심한 열무와 무채는 그야말로 최고의 "앙상블".
세월이 아주 많이 흘러도 그곳, 하계동에 머물러 주어 , 예전 장충동 '원조 평양면옥'에서 보았던 노신사 분들의 멋짐이 나에게도 거울처럼 비춰지길 바란다.
음식 한 그릇과 함께하는 행복을 준 '노원 냉면 맛집', 제형면옥 이 밤의 허기에 상상의 포만감을 덧 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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